소개
출발-04

WHEREVER

전혜인

출발-04

WHEREVER

전혜인

#세계 #거북이 #타이포그래피

저는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편입니다. 특히 작가가 차곡차곡 쌓아올린 세계관이 잘 드러나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그런 작품에는 작가 본인도 완전히 인식하지 못한 가치관이나 취향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디자인 작업을 할 때, 그렇게 저만의 세계가 하나씩 밀도있게 쌓여간다고 느낍니다. 결국에는 그 모든 작업들이 모여 제 스타일과 방향성을 만들어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이번 작업은 타이포그래피 형식으로 표현했습니다.

‘The place I arrive at will ultimately be my world.’는 ‘내가 도착하는 곳은 결국 나의 세계일 것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속도와 상관없이 멈추지 않고 나아가기만 한다면, 결국 내가 도착한 곳은 나만의 세계가 될 것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또, 빙글빙글 회전하는 원형 구조, 서로 얽힌 글자들, 반복된 발자국, 잉크 번짐 등의 요소들은 디자이너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작업은 그런 고민의 시간과 그 안에서 나아가는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Q.
지역(공간/도시/사람 등)은 당신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저는 원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망설이고, 시작 전에 고민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학연수 기간 동안, 망설임 없이 바로 행동에 옮기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친구들은 깊게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해보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고, 저도 함께 지내다 보니 ‘그냥 해보는 것’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됐습니다.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일 수도 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훨씬 크게 와닿았어요. 그 경험 이후로는 여전히 새로움을 시도할 때 용기가 필요하지만, “뭐 어때, 그냥 해!”라는 마음으로 더 가볍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저에게는 익숙했던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과 사람들을 만난 경험이 생각의 전환점이 되었고, 이건 저의 태도와 작업 방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낯선 경험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얻는 에너지와 배움을 더 받아들이게 된 것 같습니다.

Q.
관람자에게 전하고 싶은 질문이나 이야기가 있다면?

제가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인 정세랑 작가님의 '지구에서 한아뿐'이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요.
"'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는 역사상 가장 오래 되풀이된 거짓말 중 하나일 거라고 주영은 생각했다. 세계를 만들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다른 이의 세계에 무력하게 휩쓸리고 포함당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차라리 아폴로의 그 다시없이 아름다운 세계에 뛰어들어 살겠다. 그 세계만이 의지로 선택한 유일한 세계가 되도록 하겠다."

저 또한 세계를 만들지 못하고 다른 이의 세계에 영향을 받고, 포함당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내 의지를 갖고 나아간다면 만들지 않고, 선택하기만 해도 저의 유일한 세계에 도착할 것이라 생각해요. 이게 저의 원동력이고, 더 나은 선택을 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세계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나요?

전혜인

의정부에서 거주하며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타이포그래피와 브랜딩 작업을 쌓아나가며, 흩어져 있는 저의 낙서와 작업들을 어떤 방식으로 아카이빙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하는 수작업들을 좋아해서 작업 이외 시간에는 뜨개와 그림 그리기를를 종종 하고 있어요. 실사용가능한 결과가 바로 보인다는 점이 뿌듯하고, 마음에 듭니다. 나중엔 디자인과 취미 생활 모두 자리를 잡아 프리랜서로서 작업 환경을 휙휙 바꾸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