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오 | Undefinedtomato
이나오 | Undefinedtomato
#그래픽디자인 #ExperimentalPoster #DesignLineage
이 포스터는 디자인을 멈추지 않게 만드는 내면의 동력에 대한 시각적 선언입니다. 반복과 수정, 미세한 조정은 작업 안에 스며든 저만의 믿음이자 리듬입니다. 'RECTIFY'라는 단어를 조형 구조로 해체하고, 제가 존경하는 디자이너들의 흔적을 이 회로 속에 삽입함으로써, 이 작업은 '계속 만든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철학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디자인을 계속하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힘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나보다 앞서 이 길을 걸었던 역사적인 디자이너들, 나와 전혀 다른 분야에 있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예상치 못한 영감들입니다. 변화하고, 배우고, 연결되는 그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계속 만들게 되는 이유입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비전공자로서 그래픽을 시작했을 때 느꼈던 가장 큰 감정은 소외감이었습니다. 빠르게 흐르는 정보와 기성의 미감 안에서 내 언어는 어디에도 쉽게 포함되지 않는다는 감각이 늘 존재했죠. 그런 감정은 제 작업 안에서 파편화된 타이포그래피나 의도적으로 균열된 레이아웃 같은 형태로 드러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소통의 부재’에서 머무르기보다, 감상자와의 상호텍스트성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완성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누군가가 읽고 해석하며 채워나갈 수 있는 여백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처음 그래픽을 시작했을 때, 저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는 감각을 자주 느꼈습니다. 서울이라는 빠른 도시, 비전공자로서의 위치, 형식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감상자들 사이에서 저의 작업은 늘 미세하게 어긋나 있는 말걸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점 더, 이미 완성된 언어를 주고받는 사람들보다, 낯설고 어색한 상태에서도 의미를 찾아가려는 사람들, 그리고 서툰 신호 속에서도 응답하려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저의 작업이 그런 ‘서로 다른 언어들 사이의 느린 대화’를 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업을 보고 떠오른 감정이나 단어가 있다면, 그것이 제 작업이 완성되는 마지막 조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과 연결되고 있나요?
그리고 지금, 이 이미지가 당신에게 무엇을 건네고 있다고 느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