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이지현
#흐름 #연결 #현
믿음은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마음이 원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형태를 고정하지 않고 부드럽게 흘러가며, 서로를 채워가는 감정이기에 쉽게 이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쉽게 끊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싶어 이 포스터를 디자인하게 되었습니다.
푸른 바다를 주제로 제작한 일러스트 바탕 위에 작은 물고기들을 새겨 넣고, 여러 개의 선을 더해 마음과 마음 사이의 흐름을 남겨보았습니다. 포스터 중앙, 하트 안에 '현'이란 글자는 제 이름의 마지막 글자이자, 모든 '연(緣)'을 잇는 '현(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많은 만남이 건강한 양분이 되어 저를 성장시켜주었듯이, 이 포스터를 통해 그 인연들을 마음속에 소중히 새기고, 계속해서 연결해가고 싶습니다.
중학생 때, 친구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좋아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포스터를 오마주한 생일 포스터를 직접 디자인해 선물하곤 했습니다. 아이돌 티저처럼 12시 정각, 인스타그램에 9등분 분할 게시까지 했었는데, 그 일들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당시에는 학생이라 손편지와 자그마한 선물밖에 줄 수 없던 것이 아쉬워서 "포스터라도 만들어볼까?"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비록 작은 선물이었지만, 친구들의 웃는 얼굴을 상상하며 디자인을 만드는 시간이 저에게는 정말 두근두근하고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친구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시간들이 제가 디자인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가장 큰 계기이자, 지금까지도 계속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지금도 가끔 친구들과 만나면 그 생일 포스터 이야기를 꺼내곤 하는데, 그것을 여전히 소중하게 기억해 준다는 사실이 너무 고맙고 행복합니다.
6~7살 무렵, '고양시'로 이사 오면서 처음으로 발레와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자연스럽게 시작한 활동들이었습니다. 이전에 살던 곳은 생활체육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았던 터라 대부분 집 안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고양시는 문화시설이 활발한 곳이라 새로운 경험들을 쌓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음악, 레이스 천, 물 같은 요소들을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디자인 작업을 할 때도 그런 소재들을 꽤 자주 사용하는 편인데, 어쩌면 그때의 경험들이 무의식속에 남아,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 그리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문득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다. 언젠가 제가 나이가 들어 노인정(?)에 가게 된다면, 고스톱을 함께 둔다거나, 핸드폰으로 카트라이더 게임하기, 함께 만화책 읽기 등을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오래도록 연결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에게 건강과 활력을 나눠주고, 서로가 애정하는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바람이 단순한 다짐으로 끝나지 않도록, 저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인연들과 연결된 소중한 하루가 되었길 바라요.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